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헬프(The Help)"는 인종차별과 계급 문제를 다루며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영화의 매력적인 연출과 캐릭터의 감정선을 살펴보며, 권선징악을 넘어선 현실적 메시지를 탐구해봅니다.
영화 "헬프(The Help)" 리뷰 – 권선징악을 넘어선 감동의 메시지
1. 기대 없이 시작된 감동적인 경험
언제 만들어진 영환지도 모르고 그냥 술 한잔 걸치면서 집에서 대충 틀어본 영화였다. 사실 기대랄 것도 없었다. 그냥 시간 때우기용으로 고른 건데, 이 영화는 실로 대단했다. 지난 10년 동안 내가 본 영화 중에 "재밌었다"고 기억나는 건 딱 세 개 정도 꼽을 수 있다. 하나는 조커, 또 하나는 스타 이즈 본, 그리고 이 헬프다. 영화관에서 보지 않은 영화가 이렇게까지 마음을 흔든 건 태어나서 처음이다. 영화관에서 못 본 게 아쉬울 정도로 대단한 영화였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다.
쉽게 말하면 권선징악 스타일인데, 그 뻔한 권선징악을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인물들의 스토리, 인물 간의 관계, 그리고 그걸 보여주는 감독의 주관이 억지스럽지 않게 딱 들어맞았다. 뭐랄까, 소설로 읽고 싶은 어떤 문학을 영화로 본 기분이랄까. 줄거리는 조금 있다가 이야기하겠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의 느낌은 이랬다: 항상 선은 없고, 항상 악은 없고, 상하 관계에 절대적인 건 없다. 요즘 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게 딱 이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지 않으면 절대 악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순응하며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언젠가 그걸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기도 하다. 근데 헬프는 그걸 극복할 수 없다는 걸 너무 절실하게, 극명하게 보여줬다. 그건 좌절이고, 희망 없는 미래다.
그런데 웃긴 건, 그 당시의 자살률이 지금 현대 한국의 자살률보다 낮다는 거다. 한국은 헬프 속 1960년대 미시시피보다 더 신분적, 사회적, 경제적 격차를 이겨낼 수 없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포기하는 사회 같아 보인다. 그러니까 헬프라는 책을 쓴 스키터 같은 사람이 나타난다면, 누군가 사회운동가로 나서서 사람들을 계몽한다면, 한국 사람들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걸 멈출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건 절대 지금 사회에 퍼져있는 독약 같은 노조들의 모습이 아니다. 한국의 강성 노조는 독약이라기보단 암에 가깝다. 암세포는 증식하면서 정상 세포를 죽이고, 결국 모든 걸 죽여버리지 않나. 강성 노조가 딱 그 짝이다. 내가 원하는 헬프 속 조력자는 사회를 죽이는 암 같은 존재가 아니라 백신 같은 존재다. 틀린 걸 고치고, 병든 걸 낫게 하고, 눈뜬 장님들을 눈뜨게 해주는, 상식적인 인과관계를 가진 사람. 예를 들어, 스키터가 엄마와 계속 오해했던 관계가 사실은 엄마도 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게 나중에 밝혀지는 장면 있잖나. 클리셰 같지만, 이 영화에선 그게 너무 잘 녹아들었다. 이런 소설 같은 일이 현실에도 일어나길 바란다.
나도 회사를 다닌 지 10년이 됐다. 지금 나는 회사의 개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며 산다. 근데 이게 내가 원하는 삶은 아니다. 헬프 속 주인공 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내 눈을 뜨게 해주길 기다리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퇴사 욕망이 엄청 커지고 있다. 상사들의 무능함과 부조리, 그리고 그들이 절대 변하지 않을 거란 신념 때문에 더 이상 이 회사에 다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 먹을수록 다른 데 갈 기회가 줄어드니까 압박감도 더 커지고. 예전에 들어왔던 좋은 기회들을 사소한 핑계로 거절하고 여기까지 온 나를 반성한다. 영화에서 스키터가 자신을 탓하는 줄 알고 겁먹고 도망쳤지만 사실 아니었던 장면, 또 자신을 이렇게 취급할 거라 생각 못 했는데 잡상인 취급하는 사람들을 보고 놀라는 장면들이 있다.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세상은 내 기대나 타인의 기대대로만 굴러가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 요즘 그걸 느끼던 차에 이 영화를 보니까, 순간순간 장면들이 터져서 저릿저릿하게 다가왔다.
절망 속에서, 역경 속에서 무언가를 해낸다는 말이 흔하다. 옛날엔 그런 말들이 많았다. 아스팔트 사이에서도 생물이 자라고, 바위 틈에서도 꽃이 핀다고. 근데 나이 들면서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니까 그 말이 더 어처구니없게 들린다. 하지만 헬프를 보니 그게 실제로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로또 당첨되는 사람이 있듯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2. 영화가 던지는 질문 – 우리는 변할 수 있을까?
'헬프'는 1963년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을 배경으로, 인종차별이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만연했던 시기를 그린다. 영화는 흑인 가정부들과 그들을 고용한 백인 가정의 관계를 통해 당시의 인종적 긴장과 인간적 유대감을 탐구한다.
영화를 보고 난 이후의 느낌은 이렇다. 항상 선은 없고, 항상 악은 없고, 그리고 상하 관계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나는 최근 이렇게 느끼고 살고 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지 않은 것은 절대 악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에 순응하고 살고 있다. 그리고 언젠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살고 있다. 하지만 '헬프'에서 나온 모습은 그것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좌절이고 희망이 없는 미래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그 당시의 자살률은 지금 현대 한국의 자살률보다 낮다. 한국은 저 '헬프' 시대의 사회보다 더 신분적, 사회적, 경제적 격차를 이겨낼 수 없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포기하는 사회라고 본다. 그렇다면 저 '헬프'라는 책을 쓴 사람이 나타난 것처럼 누군가 사회운동가가 나타나서 사람들을 계몽한다면 한국 사람들도 스스로 죽이는 것을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 강렬한 캐릭터와 완벽한 연기
스키터(엠마 스톤)는 대학을 졸업한 백인 여성으로, 작가의 꿈을 품고 있다. 보수적인 잭슨 사회에서 가정부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며 변화를 꾀한다. 에이빌린(비올라 데이비스)은 흑인 가정부로, 백인 가정에서 일하며 정서적으로 방치된 아이들을 돌본다. 조용하지만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다. 미니(옥타비아 스펜서)는 에이빌린의 친구이자 흑인 가정부로, 솔직하고 유머러스하며 부당한 대우에 저항하는 용기를 보여준다.
스키터는 가정부들의 삶을 다룬 책을 쓰기로 결심하고, 에이빌린에게 접근해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처음엔 에이빌린이 망설이지만, 스키터의 진심과 사회적 불의를 바꾸려는 의지를 느끼고 협력하기로 한다.
미니의 '끔찍한 사건'으로 알려진 에피소드는 영화의 핵심 장면으로 등장한다. 그녀가 힐리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초콜릿 파이를 만들어 먹게 하고, 그 속에 자신의 분뇨가 들어갔다고 밝히는 장면은 충격적이면서도 인상적이다.
4. 영화 속 명장면과 깨달음
영화 장면 중에 주인공이 자신을 탓하는 것인 줄 알고 겁먹고 도망쳤지만 나를 탓한 게 아니었던 장면들이 있다. 또 자신을 이렇게 취급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알고 보니 자신을 잡상인 취급하는 사람들을 보며 놀라는 장면들도 있다.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세상 사람들이 사는 것, 내가 살아가는 이 사회는 나의 기대 또는 타인의 기대에 따라 굴러가는 것만은 아닌 것이 확실하다. 그것을 느끼는 요즘에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그 순간순간 장면들이 저릿저릿하게 느껴졌다.
최근에 퇴사에 대한 욕망이 굉장히 커지고 있다. 그 이유는 상사들의 무능함과 부조리, 그리고 그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념이 있기 때문에 이 회사에 더 이상 다니면 안 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지만,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다른 곳에 갈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에 스스로 들어오는 압박감이 더욱 크다. 예전에 들어왔던 좋은 기회들은 이런저런 사소한 핑계들로 거부하고 지금까지 이 자리에 남아 있는 나를 반성한다.
희망의 메시지
절망 속에서 또는 역경 속에서 무언가를 해낸다는 말이 흔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옛날에 한참 그런 말들이 많았다. 아스팔트 사이에서도 생물은 자라나고 바위 틈에서도 꽃은 핀다고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게 정말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게 되면서 그 말들이 더 어처구니없이 들리지만, 그것이 벌어진다는 것은 로또가 당첨되는 사람이 있듯이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헬프'는 영화의 마지막에 에이빌린이 집을 나와 희망찬 독백을 남기며 길을 걷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어쩌면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가 된 걸까요?"라는 그녀의 말은 새로운 시작을 암시한다. 이런 마무리는 권선징악적 해결책이지만, 인물들의 관계와 성장을 통해 단순한 흑백논리를 넘어선 깊이를 보여준다.
영화 '헬프'는 단순한 선과 악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 관계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지금 이 순간, 나의 삶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3줄 요약
- "헬프"는 단순한 권선징악의 영화가 아니라, 인종차별과 계급 차이를 날카롭게 조명하는 작품이다.
- 캐릭터들의 관계와 스토리텔링이 마치 문학 작품을 읽는 듯한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 절망 속에서도 변화의 가능성을 믿고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