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 레퀴엠 –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한 베르디 레퀴엠
-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베르디 레퀴엠 공연을 다녀왔습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감동적인 합창과 솔리스트들의 환상적인 무대를 리뷰합니다.
클래식의 향연, 베르디 레퀴엠
일주일 동안 3번의 음악회를 다녀왔다. 어떻게 보면 클레식을 엄청 사랑하는 매니아 처럼 보이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 베르디 레퀴엠같은 공연은 쉽게 접할 수 있는 공연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정말 꼭 한번 듣고 싶어하는 그 유명한 진노의날! 이 있는 곡이다. 그 때문에 본인도 베르디 레퀴엠은 꼭 보고 싶은 공연이다.
요나스 카우프만은 10년만에 내한을 했는데 그 것을 가지 않을 수는 없는 공연이다. 공교롭게 3가지가 한주에 있어서 주3회 음악회를 가게 되었다.
올해는 취미생활에 비용을 줄여야 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내안의 "흥청이"와 "망청이"는 "흥정이"를 쉽게 제압하고 프리다이빙 수업, 음악회, 친구와의 만남까지 한주에 총5회 가버리는 만수르도 부담스러워 할 만한 스케쥴을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베르디의 레퀴엠은 돈이 아깝지 않고 나는 정말 음악회를 가는 것을 좋아하는 구나 라고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공연 전, 기대감을 높이는 분위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주말에 가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평일과 달리 공연장 주변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고,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주차장까지 가득 차 있었고, 로비와 광장에는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릴 적 미술관에서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돌아섰던 기억이 떠오르며, 클래식 음악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다시금 실감했다.
이번 공연은 전석 매진이었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지만, 공연장 내부는 이미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찬 관객들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공연을 앞두고 홀을 거닐며 레퀴엠의 웅장한 멜로디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정명훈 지휘자님의 레퀴엠을 감상했던 황홀한 기억이 떠오르며, 이번 공연 역시 그에 버금가는 감동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가득했다.
베르디 레퀴엠 – 웅장한 선율 속으로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합창이 울려 퍼지는 순간, 공간 전체가 웅장한 에너지로 가득 찼다. 오케스트라의 깊고 풍부한 사운드와 함께, 합창단의 목소리는 장엄함 그 자체였다. 이 곡이 단순한 종교음악이 아니라, 한 편의 오페라처럼 극적인 감정을 담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1. 압도적인 ‘진노의 날’
가장 기대했던 **‘Dies Irae(진노의 날)’**은 말 그대로 폭풍 같은 감동을 선사했다. 강렬한 팀파니와 브라스 섹션이 쏟아내는 음향, 그리고 합창단의 절규하는 듯한 강렬한 외침은 몸을 떨리게 했다. 이 곡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공연장의 모든 사람들이 전율을 느꼈을 것이다.
2. 소프라노와 피콜로의 인상적인 조화
이번 공연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소프라노와 피콜로의 조화였다. 특히 소프라노 카롤리나 로페스 모레노의 목소리는 정말 놀라웠다. 맑고 깨끗하면서도 힘 있는 음색이 오케스트라와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그동안 들어본 다른 소프라노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피콜로의 선율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처럼 맑고 청량했다. 이처럼 작은 악기가 오케스트라 속에서 이렇게 강한 인상을 남길 줄은 몰랐다. 피콜로가 선사하는 투명한 음색과 소프라노의 고음이 어우러지며, 마치 영혼이 하늘로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3. 테너와 베이스의 감동적인 하모니
테너 안토니오 폴리와 베이스 박재성도 인상적인 무대를 보여주었다. 특히 박재성의 묵직하고 깊이 있는 보이스는 무게감 있는 가사를 더욱 강렬하게 전달했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울려 퍼지는 저음의 공명감은 가슴을 울렸다.
공연이 끝난 후 – 깊은 여운
공연이 끝난 후에도 감동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웅장하고 극적인 선율, 그리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역시 베르디의 레퀴엠은 압도적인 힘을 가진 곡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진노의 날’을 라이브로 듣고 싶어서 갔지만, 공연이 끝난 후에는 이 곡의 전반적인 서사와 감정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레퀴엠은 단순한 장례미사곡이 아니다. 그것은 삶과 죽음, 두려움과 희망, 절망과 구원의 감정을 담고 있는 하나의 위대한 작품이었다.
결론 – 클래식의 감동을 다시금 느끼다
이번 공연을 통해 다시 한 번 느꼈다. 나는 클래식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비록 올해 취미생활에 돈을 아끼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결국 내 안의 ‘흥청이’와 ‘망청이’는 ‘흥정이’를 이기고 클래식 공연장을 향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단 한 푼도 아깝지 않은 감동을 얻었다. 베르디의 레퀴엠은 단순히 듣는 음악이 아니라, 온몸으로 체험하는 음악이었다. 다음에도 이런 공연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또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