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셔스 투어 Part 1: 프리다이빙의 시작과 고래를 향한 첫걸음
나는 이다음에 커서 “범고래가 되고 싶다”는 말을 종종 농담처럼 던지곤 했다. 실제로 프리다이빙을 시작하고, 고래를 향해 나아가게 될 줄은 몰랐다.
2024년 10월, 나는 친형의 권유로 **박태현 선생님(a.k.a Fishman)**의 수업을 듣게 되었고, 그 계기로 프리다이빙에 입문하게 되었다. 물과 수영을 좋아하던 나에게 이 새로운 레저는 완벽한 취향 저격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강사님이 물었다.
“고래, 좋아하세요?”
나는 종종 “내 장례 희망은 범고래야”라고 말할 정도로 고래를 좋아했다. 당연히 고래를 좋아한다고 답했고, 그는 모리셔스에서 고래를 코앞에서 만날 수 있는 투어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은 이미 출발선에 가 있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6개월이 지나 있었고, 나는 어느새 모리셔스로 가는 비행기에 타 있었다.
🏊 프리다이빙은 쉽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레저였다
AIDA3까지 자격증을 따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레저’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레저(leisure)'는 라틴어 'licere'(허락하다)에서 유래된 말로, 단순한 여가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허용된 시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중세 이후 프랑스의 귀족 계층은 생업에서 자유로워지며 이 '자유롭게 허용된 시간'을 철학, 예술, 사색, 사냥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단순히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성찰하고 삶의 질을 탐구하는 수단으로 시간을 사용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프리다이빙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나에게 허락된 시간의 본질에 대해 묻게 만드는 활동이었다. 하지만 장비, 일정 조율, 접근성, 버디 찾기 등 나의 자유나 의지와는 무관하게 따라오는 현실적인 벽들이 프리다이빙을 내 일상에서 점점 멀어지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새 모리셔스 출발 날이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25m 이상 다이빙을 해본 것은 2025년 1월 2일, 바다의 소금물 맛을 본 것은 10년도 넘은 일이었다. 멀어진다고 느끼고 있던 다이빙의 경험이 이렇게 엄청나게 쏟아질 것이라는 미래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5개월 만에 다이빙을 다시 시작하는데, 그것도 고래를 쫓는 배를 타고 망망대해로 나가는 다이빙이라니. 기대와 긴장, 걱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 모리셔스로 가는 길: 낯설고 설레는 출발
그동안 개인적인 여행조차 없었던 나에게, 이번 여행은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선 도전이었다. 비행기에서 잠을 쉽게 들지 못하기 때문에 몸을 최대한 피곤하게 만들기로 마음을 먹고, 짐을 미리 싸두고 출발 직전까지 복싱장에서 몸을 혹사시키고 나서야 지하철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하지만 비행기에서 잠든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시간이 넘는 비행, 공항의 공기, 좁은 기내... 쉽게 잠들 수 없었다.
모리셔스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이었다. 가로등 하나 없는 해안도로를 한 시간 반 달려 숙소에 도착했다. 창밖으로는 불빛 사이로 바다가 보였고, 해변가에는 큰소리로 노래를 틀고 파티를 즐기는 청년들이 보였다. 그제야 ‘내가 진짜 여기 왔구나’ 싶었다.
🌅 모리셔스에서의 첫날, 바다가 열리다

수면위상증후군 탓에 거의 48시간을 잠들지 못한 상태로 새벽 5시, 우리는 배에 올랐다. 출항 전, 배 위에는 모리셔스에서 유명한 바닐라 홍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잔을 들고 바라본 수평선 위로 태양이 산을 넘어 올라올 때, 나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장면을 마주했다.

빛의 줄기들이 하늘로 솟고, 바다는 그림처럼 펼쳐졌다. 모든 긴장과 불안은 그 순간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고래는 쉽게 만나주지 않았다. 몇 시간 동안 배는 망망대해를 누볐다. 고래는커녕 사람도 없는 바다 한가운데서 시간은 흐르고, 선장은 “못 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냥 던지는 말쯤으로 들었다. 왜냐하면 배를 타고 고래를 쫓는 투어에서 고래를 못 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었고, 그런 일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첫날은 돌고래 포인트로 방향을 틀었다.
🐬 첫 다이빙, 바닷속이 주는 첫 충격
내 생애 첫 오션 다이빙이 모리셔스라는 건 큰 축복이었지만 동시에 기준이 너무 높아지는 저주일 수도 있었다. 돌고래 포인트에서 처음 물에 들어간 순간, 나는 경악했다.
10m 넘는 바닥이 마치 손을 담근 세면대처럼 보였다. 맑고 투명한 수중 시야, 돌고래들이 좌우로, 위아래로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동물을 무서워 한다. 심지어 남이 키우는 개도 무서워 한다.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 다가온 돌고래는 무섭기보단 너무나 친근하고 호기심 많은 존재였다. 한참을 놀고 난 뒤, 저 아래 거북이가 보였고, 나는 무작정 그를 따라 바닥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거북이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첫날의 다이빙은 그렇게 끝났다. 고래를 못 본 Fishman은 아쉬워했지만, 나는 이미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날 석양, 르몽 해변에서 붉게 타오르던 하늘은 내 마음을 천천히 가라앉혔다.

📍 다음 편 예고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 진짜 고래는 아직 등장하지도 않았다.”
(👉 Part 2: 향고래를 만나다 - 영화보다 황홀한 순간들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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