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저주토끼
정보라
추천 - 4점
저주토끼는 단편 소설집으로, 독창적이고 기괴한 상상력으로 가득 찬 작품이다. 단편소설만의 짧고 강렬한 매력과 함께, 읽는 내내 독자를 기묘한 세계로 이끈다. 정보라 작가는 비현실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 본성과 사회의 어두운 면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저주토끼를 읽으며 느낀 점
처음 "저주토끼" 단편을 접했을 때는 막연한 기괴함이 전부였다. 하지만 각 단편을 하나씩 읽어나가면서 책의 독특한 분위기에 서서히 빠져들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은 단편소설 특유의 짧지만 강렬한 몰입감을 잘 살렸으며, 마치 넷플릭스의 러브, 데스 + 로봇이나 블랙 미러의 동양적 버전처럼 느껴졌다.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다소 불쾌하고 낯선 설정들로 가득하지만, 그 기발함과 상상력은 몰입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화장실 변기에서 나타난 머리, 피임약 복용의 오류로 태어난 아버지 없는 아이 등은 강렬하면서도 독창적이었다.
기억에 남는 주요 구절
1. 존재의 억압과 반항
"은혜라니, 무슨 은혜란 말이냐? 내가 언제 태어나고 싶어 네게 부탁한 적이라도 있더란 말이냐?...... 이제 나는 네가 되었으니 너의 자리를 차지하여 살아가리라."
이 구절은 존재와 자유의 문제를 다룬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역설적으로 그려낸 이 장면은 독자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누구의 의지로 존재하게 되었는가?
2. 삶의 무의미함에 대한 통찰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아들이야. 그런데 할아버지와는 전혀 달랐어. 무엇을 위해서 사는지 알 수 없었고, 그렇다고 행복하거나 즐거워 보이지도 않았어. 그냥 언제나 무의미한 일을 하면서 정신은 다른 데 있는 것 같았어."
이 대목은 삶의 무게에 짓눌린 현대인의 모습을 담담하게 드러낸다. 자신의 삶을 무의미하게 느끼는 아버지의 모습은 많은 독자들이 공감할 만하다.
3. 죽음의 담담함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내가 감탄했다. 혼자서 어떻게 손을 묶고 목을 맸어?"
"오랫동안 궁리했어." 그가 조금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혼자서 해내야 하는데. 다치기만 하고 죽지 않으면 괴로워지니까."
죽음을 담담하게 준비하는 이 장면은 무척 인상 깊었다. 죽음을 말하는 대화의 차분한 톤과 혼자서 최적의 방법을 궁리한 모습은 슬프면서도 묘하게 아름답다.
책의 특징과 매력
- 기괴하고 독창적인 설정
화장실 변기에서 나타난 머리, 피임약 오류로 태어난 아이 등 독특하고 비현실적인 설정들이 단편소설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 담담하지만 강렬한 문체
정보라 작가는 독특한 상상력을 담담한 문체로 풀어내어, 독자로 하여금 기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 현대 사회와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단순히 기괴함에 그치지 않고, 삶과 죽음, 인간의 존재와 억압, 그리고 사회의 어두운 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독자를 사색으로 이끈다.
느낀 점
저주토끼는 단편소설의 짜릿함과 묵직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다소 불편하고 어두운 이야기지만, 이러한 점이 오히려 책의 매력을 더한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한 죽음의 장면은 개인적으로 가장 강렬하게 남았다.
"나는 그의 텅 빈 욕실에 혼자 남았다."
이 한 문장은 고독과 상실, 그리고 인간의 깊은 슬픔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부분을 읽으며 느낀 감정은, 지금도 아련하게 남아 있다.
추천 독자
- 단편소설의 독창성과 강렬함을 즐기는 독자.
- 러브, 데스 + 로봇이나 블랙 미러를 좋아하는 사람.
- 현대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를 통해 사회와 인간 본성을 탐구하고자 하는 독자.
저주토끼는 독자에게 낯설고 불편한 상상력을 선사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인간 본성과 사회의 이면을 섬세히 비추며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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