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단기 기억 상실증을 앓는 여자친구와 그녀의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사랑을 키워가는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다룬다. 의도치 않은 고백에서 시작된 연애라는 설정은 따뜻하면서도 안타까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전개가 다소 의도된 감정 유발, 일명 '착즙기'식 서사처럼 느껴졌다. #7번방의 선물과 같은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비슷한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기억과 사랑, 그리고 인간의 본질
이 책은 기억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이끈다. #첫 키스만 50번째, #내 머릿속의 지우개, #이터널 선샤인 같은 영화들이 떠오르는 이유도 이러한 주제의 보편성 때문일 것이다. 특히 책을 읽는 내내, 기억 장애를 가진 채 음악과 부인만을 기억하며 기쁨을 느끼는 한 할아버지의 모습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인상 깊은 구절과 생각
1. 셋째 날 정말로 좋아하지 말 강하다는 것이다. 좋아하지 말 것이라는 조항은 지켜질 수가 없다.
사랑을 억누르는 것이 가능할까? 이는 인간 본성에 반하는 일이다. 마음을 억누르려 할수록 그 감정은 더 깊이 자리 잡게 되는 법이다.
2. 그 사람이 어디가 좋은 데 위생 감이 있는 위생 감? 청결 감히 아니라?
"위생 감"이라는 표현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관계의 본질을 말하며 일상의 작은 디테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운다.
- 위생 관념은 사소해 보이지만, 실제로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3. 스스로가 꼭 이야기 속 세계에 사는 사람 같았다.
휴일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관계. 하지만 그 관계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본다.
- 과거의 비슷한 경험이 떠오른다. "그게 무슨 사이냐"고 물었던 누군가의 질문이 지금까지도 답을 내리기 어렵게 한다.
4. 손에 힘을 주며 기도했다. 부탁이에요. 다른 사람들에게 되도록 친절하게 대할게요... 제발, 제발 부탁이에요.
이 대목은 누구나 간절한 순간에 했을 법한 기도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간절한 마음만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 "그럴 생각 없어 돌아가"라는 냉철한 판사의 대사가 떠올랐다. 감정과 현실은 항상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5. 세계는 말로 되어 있어... 사람은 그 말에 매달리려고 해.
이 구절은 언어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를 잘 보여준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려는 태도가 삶의 질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다.
6. 상처는 사라지지 않지만 아픔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슬픔과 상처를 소화하고 잊는 과정은 인간의 회복력을 보여준다.
- 하지만 나는 상처의 아픔에 오래 머물며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했던 순간이 많았다. 상처를 기억하면 새로운 상처를 피할 수 있지만,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개인적 성찰과 감상
이 책은 감정적으로 독자를 흔드는 이야기이지만, 나는 다소 의도적인 전개 방식이 거슬렸다. 다만, 관계의 본질, 인간의 치유력, 그리고 기억과 사랑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었다.
책을 통해 느낀 것은, 결국 우리는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더라도 그것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와의 추억이 일시적일지라도, 그 순간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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