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특별한 효능이 있다거나 예지몽이라거나 그런 것을 믿지는 않는다. 나의 무의식의 투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지만 꿈이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한때는 담배를 끊는다고 #챔픽스 라는 약을 몇 개월 동안 먹으면서 부작용으로 너무 생생한 꿈, 그 생생함을 넘어 꿈과 현실이 약간 모호한, 그리고 조절이 되는 #자각몽 을 꾸는 날들도 많았다. 꿈이 조절이 되면 얼마나 즐거울까라고 상상했었지만 실제로는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피곤함만이 남았었다.
꿈, 모든 사람이 꾸고 다르게 느끼는 꿈, 다양한 꿈들을 꿈 제작자들이 만들어 백화점에서 판매한다는 재미있는 소재로 글을 썼다. 나도 꿈 때문에 깨어나기 싫은 날도 깨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안절 절 못 하는 날도 있었다.
사람들이 꾸고 싶을 만한 꿈을 그리고 꾸기 싫어할 만한 꿈들을 해석해 주는 것이 프로이트의 그것과는 달랐지만 흥미로운 시선이었다.
꿈 백화점에 꿈을 납품하는 꿈 제작자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미래의 신사업이라는 VR 제작자가 자꾸 떠올랐다. 나는 과연 남의 꿈을 디자인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문득문득 들었다. 3차원도 아닌 종이에 글도 못쓰면서 어떻게 3차원과 시간까지 조정하는 꿈을 그릴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니 꿈 제작자가 부유하게 사는 게 이해가 되었다.
*다음 중 1999년도 ‘올해의 꿈’ 시상식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그랑프리를 수상한 꿈과 그 제작자로 옳은 것을 고르시오. a. 킥 슬럼버 –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범고래가 되는 꿈’ b. 야스누즈 오트라 – ‘부모님으로 일주일간 살아보는 꿈’ c. 와와 슬립랜드 – ‘우주를 유영하며 지구를 바라보는 꿈’ d. 도제 – ‘역사 속 인물과 티타임을 가지는 꿈’ e. 아가냅 코코 – ‘난임 부부의 세쌍둥이 태몽’*
정답은 범고래가 되는 꿈이다. 내 장래희망은 범고래다. 이다음에 크면 범고래가 될 것이다 라고 성인이 되고난 후에도 농담처럼 말하고 다닌다. 처음에 범고래 꿈이 책을 시작하기 수월하게 해주었다.
*첫째가 미래만 생각하느라 몽땅 잊어버린 과거의 기억들은, 그 양이 어찌나 많았던지 그들이 사는 땅에 안개처럼 켜켜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제자 쪽 상황도 나을 것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좋았던 기억에만 갇혀 세월의 흐름과 예정된 이별, 그리고 서로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마음 여린 그들의 눈물이 쉴 새 없이 땅 밑으로 흘러 커다란 동굴을 만들어냈고, 심약한 그들은 동굴 속에 꼭꼭 숨어버렸습니다....*
현재가 중요하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의미 없다. 사람이 아는 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10%도 되지 않는다. 나의 경우 있을 때는 오지 않은 미래의 불안으로 지나고 나서는 그 순간의 아쉬움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어서 오세요, 손님.” 페니는 남자 손님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최근에 계속 2층의 추억 코너에서 ‘옛 애인이 나오는 꿈’을 사 갔던 남자였다. “오늘도 같은 걸로 드릴까요?” “네, 같은 걸로 부탁드려요.” 남자가 멍한 채 대답했다. 페니가 2층으로 안내하려는 순간, 근처에 있던 달러구트가 남자 손님을 가로막았다. “손님, 이제 이 꿈은 안 꾸셔도 될 것 같습니다.” “네?” “손님은 기억나지 않으시겠지만 2년 전에 손님이 저에게 부탁하셨죠. 제발 헤어진 여자친구가 나오는 꿈을 달라고요.”... 달러구트는 넉살 좋게 남자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프런트에 놔둔 ‘설렘’ 한 병을 들고 마개를 열었다. 병 입구에서 분홍빛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는 찻잔 가득 병 속의 액체를 따라서 남자에게 건넸다. “쭉 들이키세요.”*
만약에 나도 꿈 백화점을 다니고 있다면 달러구트의 백화점은 다니지 않고 있나 보다. 설렘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하여 부족한 것인지 루나처럼 사라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게 없어 진지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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