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사랑의 파괴’*는 제목과 설정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개방 이전의 중국이라는 배경, 외교관의 자녀라는 독특한 시선, 그리고 그 속에서 그려지는 인간의 감정과 사회 상황의 파괴와 재생. 처음에는 그저 이국적인 설정이 흥미로웠지만, 책을 덮을 때쯤에는 인간 내면의 섬세함과 모순을 꿰뚫어 보는 작가의 통찰에 감탄하게 되었다.
무겁지만 선명한 이야기
아멜리 노통브는 특유의 세련되고 간결한 문체로 무거운 주제를 풀어냈다. 외교관의 자녀라는 설정을 통해 그리는 주인공의 성장과 변화는, 단순히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서 그 시대와 사회를 담아내고 있었다.
**“감정의 파괴와 재생”**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사랑, 증오, 두려움과 용기 같은 모순된 감정들이 교차하며, 주인공은 그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마주한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
- “내가 갖고 있던 야망은 군인과 연인이 되겠다는 것뿐이었다.”
주인공의 순수하면서도 직선적인 욕망은, 성장의 한 순간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나의 젊은 시절에도 이런 ‘단순한 야망’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지만, 그때는 그것이 전부였다. - “친구들을 갖는다는 것은 퇴화의 징후였다.”
친구에 대한 이 정의는 너무나 도발적이면서도 재미있다. 친구란 정상적이지만 쓸데없는 행동을 함께 하는 존재라는 말은 뼈를 때리면서도 웃음을 자아냈다. 문득 내 친구들을 돌아보니, 그들의 쓸데없음이 나를 퇴화시키는 동시에 살아있게 만드는 것 같았다. - “추함이 항상 아름다움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다니 놀랍지 않은가?”
베이징의 눈이 땅에 닿자마자 변해버리는 모습. 도시에 내린 눈이 곧 삶의 상징이라는 비유를 거부하면서도, 이미 그 자체로 삶을 은유하는 작가의 시선이 돋보인다.
특히나 이 문장은 나를 전율하게 했다. 대학 시절 나도 **“도시의 눈”**이라는 비슷한 글을 써보겠다고 노트에 적어둔 적이 있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그것도 훨씬 세련되게 풀어낸 문장을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 “너를 위해 내가 나를 파괴하기를 바라는 거니? 좋아. 너도 나도 그런 일에 어울리지.”
파괴에 대한 주인공의 내면 독백은 강렬하다. 사랑이든 증오든, 누군가를 위해 스스로를 파괴하며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모습은 눈부시도록 슬프다. 그것이 사랑의 파괴인지, 파괴 속에서 사랑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인지 모호하지만, 그 자체로 너무나 아름답다.
나의 감상: 세련된 언어로 그려낸 인간의 모순
책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내 머릿속을 들여다본 것 같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을 법한 감정과 생각들을 아멜리 노통브는 날카롭고도 간결하게 표현한다.
내가 오래전에 생각하고 적어두었던 이야기들이 이미 누군가의 손에서 이렇게 세련된 문장으로 탄생했구나 싶어 놀랍기도 했고, 조금 부럽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사랑의 파괴’는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었다. 감정의 복잡한 결을 따라가다 보면,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프고, 한편으로는 묘하게 위로를 받는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감정의 파괴 속에서도 재생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다시 읽고 싶고, 타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감정의 파괴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에게, 그리고 그 속에서 재생의 의미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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