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생일, 1년후죽기로결심했다 #하야마아마리

diorson 2024. 12. 28. 08:03

#스물아홉생일1년후죽기로결심했다 #하야마아마리

스물아홉 생일이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 시절 나는 서른이라는 숫자를 두려워했을까? 아니면 그저 **‘아직 젊다’**며 현실을 외면했을까? 지금 와서 돌아보면, 별다를 것 없던 나의 스물아홉은 지나가버린 숫자일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은 스물아홉이 인생의 끝이라고 생각했다. 죽기로 결심하고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야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생의 마법이 시작된다.


죽음보다 두려운 삶, 그리고 선택

책 속 주인공은 뚱뚱하고, 못생기고, 모든 것에서 실패한 삶을 살고 있다. 작은 일 하나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연애도 취업도 모두 실패. 케이크 위 딸기마저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 주인공은 결국 죽음을 결심한다. 하지만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노력’**은 도리어 그녀를 삶으로 이끈다.

죽고자 하니 살길이 열린다는 말처럼, 단기 목표를 세우고 작은 성공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그녀는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끝이 있다”라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인생의 마법이 시작된다.
이 문장은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인생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무기력한 삶에 조금 더 용기 있게 맞설 수 있게 된다.


공감 가는 문장들

  1. “뭔가를 아주 잘하는 것도, 그렇다고 아주 못하는 것도 아니면서 아무런 의욕도 없는 그런 아이. 그게 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상황이지 않을까? 나도 그렇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바닥을 칠 만큼 못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 책은 재능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이라고 정의한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나도 다시금 질문해 본다.
  2. “고독사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죽음조차 혼자 쓸쓸히 맞아야 하는 미래의 내 모습이 무서웠다.”
    혼자 있는 건 외롭지 않다. 하지만 **‘고독사’**라는 단어는 묘하게 두렵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남기고 갈까 봐 겁이 난다.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한 채 끝나는 삶은 생각만으로도 아프다.
  3. “변하고 싶다면 거울부터 보라.”
    나도 거울을 샀다.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 초라해 보이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자극을 받는다. 거울을 마주하는 것은 현실을 마주하는 일이다. 그 앞에서 내가 무얼 바꾸고 싶은지, 어디로 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4. “뚱뚱한 사람은 기본적인 자기 관리가 안 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자기 관리는 생각보다 어렵다. 나도 그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안다. 세상은 때로 겉모습으로 판단하고, 나 역시 거울 속 나를 보며 스스로를 채근할 때가 많다.

삶을 끝내려 했던 그 각오가, 도리어 삶을 바꾸다

책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스물아홉 살의 주인공은 절망 속에서 마지막을 준비하며 처음으로 진짜 노력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노력이 그녀를 변화시키고, 스스로의 삶을 조금씩 바꿔나가게 한다.

책을 읽으며 나도 문득 생각해봤다.
나도 언젠가 **‘끝이 있다’**는 걸 인식하고 삶을 대한다면, 지금 이 무기력함과 막연한 두려움을 조금은 떨쳐낼 수 있지 않을까?

죽음을 준비하며 인생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려 했던 주인공처럼, 나도 나의 **‘오늘’을 조금 더 진지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으며

**‘죽고 싶다’**는 생각은 어쩌면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함의 다른 말일지도 모른다. 삶을 바꿀 용기가 부족할 때, 마지막이라는 끝을 떠올리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변화를 시작한다.

주인공의 삶은 결코 드라마틱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작은 노력과 변화가 나에게도 묘한 울림을 주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시작된 삶의 마법처럼, 나도 오늘의 삶을 조금은 더 가치 있게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