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반년 동안 붙잡고 있던 책, ‘The Giver’.
책장에 펴놓고 한두 페이지 읽다 다른 책으로 도망가고, 다시 돌아와 한두 페이지 읽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아마존 결제 문구에 정신이 번쩍 들어 완독하게 된 책이다.
완벽해 보이지만 무채색 같은 세계, 고통과 혼란이 제거된 대신 개성과 선택이 사라진 공동체. 그 속에서 **“기억 전달자”**로 선택된 주인공이 모든 것을 깨닫고 마침내 통제된 사회를 벗어나려 한다는 이야기.
기억과 자유: 행복을 위한 필수조건일까?
책을 덮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이거였다.
“기억이 없는 삶은 더 나은 삶일까?”
책 속의 세계는 기억이 없기 때문에 고통도, 불행도 없다. 그러나 그로 인해 사람들은 선택할 줄 모르고, 개성이라는 개념도 사라졌다. 모든 것이 평등하고 질서정연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자유 없는 지옥’**이었다.
기억의 역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기억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 기억은 아픔과 고통을 동반한다.
- 하지만 동시에 기쁨과 아름다움을 되새길 수 있는 힘이 된다.
주인공이 전달받은 기억에는 눈부신 기쁨도 있었지만, 고통과 슬픔도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진짜 인간다운 삶”**을 의미했다.
나의 기억, 나의 현실
읽는 동안 나도 내 기억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 기억 속의 나는 더 행복했고, 가능성이 넘쳤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다르다.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 와보니 나는 그때 꿈꿨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고, 평범하기도 힘든 삶을 살고 있다.
그렇기에 때로는 기억을 **“이터널 선샤인”**처럼 지워버리고 싶기도 하다. 기억이 없으면 과거와 나를 비교할 일도, 후회할 일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모든 기억을 없애버리면 정말 더 행복해질까?
자유와 기억: 시스템의 지배와 나의 현실
책에서 기억이 없다는 것은 곧 개성이 없다는 것이고, 개성이 없다는 것은 자유의지가 사라진 상태다. 그것은 마치 주권과 자유를 잃은 식민시대의 국민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나 역시 외교권과 주권을 대가로 월급을 받는 삶을 살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시스템에 지배당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어쩌면 책 속의 공동체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통제되고 편리하지만, 그 속에서 자유를 잃어버린 삶. **‘The Giver’**는 그런 삶의 실체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 것인가?”
결론: 불완전함 속의 자유
책 속 세계는 완벽해 보이지만 그것은 진정한 완벽이 아니었다.
기억과 자유를 빼앗긴 채 통제된 삶은 편리하지만, 그 속에는 **“진짜 삶”**이 없었다.
- 기억이 있기에 우리는 아픔을 겪지만, 그 기억 덕분에 기쁨과 사랑도 느낄 수 있다.
- 자유가 있기에 선택의 무게를 짊어져야 하지만, 그 선택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든다.
결국, 불완전한 기억과 자유가 있는 현실이 더 인간다운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The life where nothing was ever unexpected, or inconvenient, or unusual.”
이 문장처럼 모든 것이 평온하고 고요한 삶은 겉으로는 이상적일지 몰라도, 그 안에는 어떤 진정성도 없다.
책을 덮으며 나는 다짐했다.
비록 현실은 고통스럽고, 기억은 나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 나만의 색을 찾아가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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