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은 제목부터 묘한 역설을 품고 있다. "진보하면 빈곤해진다?"라는 물음은 처음엔 낯설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 역설이 결코 허무맹랑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부의 불평등, 토지 투기, 그리고 분배의 실패를 떠올리며 이 책은 씁쓸한 동시대의 거울처럼 다가왔다.
토지 사유화와 불평등의 고리
책의 핵심은 토지의 사유화가 빈곤을 지속시키고, 진보가 이루어져도 부의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주장이다. 산업화와 생산성의 증가로 인류의 부가 넘쳐나도, 그 부는 결국 토지를 독점한 소수에게 집중된다.
“문명국가에서 부의 불평등한 분배가 계속 나타나고, 물질적 진보가 계속될수록 불평등이 점점 심화되는 현상은 왜 그런 것인가?”
헨리 조지는 그 해답을 토지 소유권에서 찾았다. 노동과 자본이 아무리 열심히 부를 창출해도, 토지를 가진 이들이 그 이익을 가져가면 빈곤은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의 부의 분배 실패
책을 읽으며 베네수엘라처럼 자원을 가졌음에도 부의 분배에 실패해 국가가 빈국으로 전락한 사례가 떠올랐다. 부의 흐름이 왜곡되면, 그 결과는 참담하다. 또한,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부동산 문제 역시 헨리 조지의 이론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하고 있다.
“지대의 상승은 노동이 몰리기 때문에 지대가 상승하는 것이지, 상승한 지대 때문에 사람이 몰리는 것이 아니다.”
헨리 조지의 이 문장은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꿰뚫는 말 같다. 땅값이 상승한 후 그곳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땅값이 상승하는 것이다.
공유화? 현실의 벽
헨리 조지는 토지를 공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해법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실현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나는 처음에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닌가?” 싶었다. 토지의 사유화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점은 공감하면서도, 개인의 소유권을 국가가 통제하는 사회를 떠올리면 그 답이 결코 이상적이지만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 이웃 나라는 개인이 토지를 소유하지 못하고, 발생된 부를 국가가 가져간다. 그 나라의 현실이 어떤지는 다들 잘 알고 있다.”
토지 공유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결국 더 큰 자유와 부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스튜어트 밀의 타협안: 지대 환수
흥미로웠던 점은 헨리 조지의 극단적 주장과 달리, 스튜어트 밀의 중도적인 접근법이었다.
“토지에서 발생하는 초과 이익을 국가가 환수하자.”
이 아이디어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논의되고 있는 토지 초과이익 환수제나 부동산 세제 개편과 같은 정책들을 떠올리게 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청와대 시절 이와 비슷한 논의를 했다는 이야기는 현실적인 고민이 지금도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서울리안으로서의 공감
나 역시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채 **‘서울리안’**으로서 존재하고 있다. “맹수들도 보금자리는 있지만, 나에게는 물과 공기 외엔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지금의 나를 대변하는 것 같았다. 토지는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한 인간이 살아가는 기반이자 미래를 담보하는 공간이다. 그 기반을 가지지 못한 이들의 불안은 진보한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결론: 무엇이 해결책일까?
헨리 조지의 주장은 한편으로는 급진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그의 통찰은 지금도 유효하다.
- 부의 불평등이 계속 심화되는 원인을 이해하고,
- 토지 소유와 지대 상승의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며,
- 그 대안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토지의 전면 공유화는 불가능하겠지만, 공정한 세금 부과나 초과이익 환수 같은 현실적인 대안들이 더 구체화된다면, 진보와 빈곤의 역설이 조금은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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