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스 카우프만 오페라 콘서트 리뷰 – 평생 잊지 못할 감동
1. 1주일에 두 번, 요나스 카우프만을 만나다
어떻게보면 사치스럽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3월 4일 리사이틀을 보고 난 후, 3월 7일의 오페라 아리아 콘서트를 가지 않는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사실 가곡 리사이틀과 오페라 콘서트 중에서 리사이틀을 먼저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오페라 공연에서는 오케스트라 반주에 가려 테너의 목소리가 답답하게 들릴까 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피아노와 함께하는 리사이틀에서는 그의 목소리를 더욱 또렷하게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기우였다. 왜 요나스 카우프만이 ‘세계 최고의 테너’라고 불리는지 몸소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2. 공간을 가득 채운 압도적인 성량
2층 좌석이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공간을 가득 채웠고, 마치 내 바로 앞에서 노래하는 듯했다. 오케스트라 반주에도 묻히지 않았으며, 앞좌석이 아니라서 답답하게 들릴 것이라는 우려는 단숨에 사라졌다. 성악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큰 배럴(통)을 굴려서 관객석 끝까지 소리를 보낸다”는 개념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공연장을 울리는 그의 목소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강렬했다. 반팔을 입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율이 올라왔다. 만약 오늘 공연을 보지 않았다면, 정말 평생 후회했을 것이다.
3. 감동의 순간, 그리고 기대했던 곡들
공연 프로그램에 아는 곡들이 많았던 덕분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Nessun Dorma’의 마지막 "Vincerò!"를 부를 때는 마치 우리 관객들이 승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곡이 끝나자마자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고, 자연스럽게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곡, **‘Vesti la giubba’(팔리아치 中 ‘의상을 입어라’)**가 앵콜곡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공연은 완벽했다.
4. 감동을 망친 최악의 관크 (관객 크리티컬)
이토록 훌륭한 공연에서 최악의 관크를 만났다. 나이가 지긋한 혼자 온 관객이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점잖아 보였다. 그러나 그는 공연 내내 불법 촬영과 녹음을 시도했다. 직원이 주의를 주면 일시적으로 멈추는 듯했지만, 다시 촬영을 반복했다.
나이가 들면 부끄러움을 모르게 되는 것일까? 혹은 "살 날 얼마 안 남았으니 내 멋대로 살겠다"는 심보였을까? 손자의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둔 핸드폰을 보며, 그 손자가 자신의 할아버지가 공연장에서 도둑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다.
세상에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이 많다. 직원이 몇 번이나 제지했음에도 계속 촬영을 시도하는 모습은 참으로 추했다. 10층 객석, 2층 R구역 02열 24번에 앉았던 그 사람이 이 글을 보고 반성하길 바란다.
5. 결론 – 감동과 분노가 교차했던 밤
요나스 카우프만의 공연은 그야말로 인생 최고의 공연이었다. 가곡 리사이틀에서 받았던 감동이 배가 되었고, 그의 목소리는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와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한 명의 몰상식한 관객이 공연의 완벽함을 조금 흐려놓았다. 감동적인 공연일수록 관객들의 기본적인 예의가 더욱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나는 승자였다. "Vincerò!"라는 그의 마지막 외침처럼, 이 공연을 경험한 것만으로도 나는 큰 승리를 거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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