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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3일, 마음을 설레게 하는 날이었다. 소프라노 박혜상의 리사이틀, [숨: Breathe]를 기다린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의 첫 음성이 증명했다. 박혜상의 목소리는 기대를 훌쩍 넘어선, 청아하고 깊이 있는 울림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이 완벽한 음악의 향연을 누리기엔 '관크(관객 크리)'의 벽이 너무나 높았다.
공연에 몰입하고 싶다면, 집에서 헤드폰을 끼고 듣는 것이 나을까? 이런 생각이 들 만큼, 공연 중 방해가 되는 요소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가시리'를 듣는 도중 느껴진 감정의 격동이 뒷자리의 진동소리, 그리고 앞자리에서 이어진 벨 소리에 의해 차갑게 식어버린 순간은 정말 화가 났다. 너무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지며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공연의 마법은 한순간에 깨져버렸다.
공연 중 핸드폰 벨 소리, 무분별한 박수, 심지어 금지된 동영상 촬영까지. 이 모든 것이 공연의 질을 떨어뜨리고, 진정으로 그 순간을 즐기려 했던 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 누군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장에 왔을지 모르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성숙한 사회인의 태도라고 나는 믿는다.
박혜상과 함께한 이번 리사이틀은 음악적으로는 분명 감동적이었다. 박혜상의 목소리(아름다우며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소리는 정말 매력적이었다)와 디토 오케스트라의 조화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하지만, 관객의 에티켓 부재로 인해 이 모든 아름다움이 흐려진 것이 안타깝다.
공연은 단순히 무대 위의 예술가들만의 것이 아니다. 관객과 예술가가 함께 만들어가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이번 리사이틀을 통해,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관객으로서의 올바른 자세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박혜상 소프라노의 다음 공연에서는 모두가 그 순간을 마음으로 온전히 즐길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그 기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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