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주 가는 병원 책꽂이에 항상 있어서 궁금해했던 책이다. 목로주점을 읽으면서 빨리 다 읽고 무진기행 읽어 야지, 책을 빌려 달라고 할까?라고 생각이 들었다. 읽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너무 낯이 익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무거운 책 다음은 가벼운 책으로 읽는데 그 기준은 보통 제목과 책 표지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무진기행은 너무 강하다. 가벼운 것과는 너무 멀다. #한강 의 #채식주의자 에서느꼈던, #1인용식탁 에서 느꼈던 "우리나라 단편 소설들은 강렬하다"라는 점을 다시금 느끼며 읽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단편집인 줄도 몰랐다. 무진기행? 학창 시절 문학 시간에 보았던 책인가? 하는 희미한 기억만 남아 있었다.
전반적으로 과거의 남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여성의 모습, 강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약자의 모습이라고 많이 느껴졌다. 전쟁을 경험한 세대의 작가의 글이라 그런지 더욱 처절하게 강자와 약자는 나뉘었고 강자와 약자는 남녀, 가정, 사회 모든 곳에서 보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시대는 나아졌겠지만 살아가는 사람들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직전 에밀 졸라의 책들에서 느껴졌던 것처럼 말이다.
어떤 장에서는 이전에 읽은 루거를 들은 할머니 인가하는 책의 내용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할머니와는 전혀 다른 일반적인 일어설 수 없는 전쟁의 피해자들의 모습만 볼 수 있었고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것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작은 동네의 피해자 집단이 보였다. 빨치산, 시체, 시체의 아버지, 구경거리가 돈벌이로 전락한 시체 그 이전의 한 사람 그것을 즐기는 아이들 그런 와중에 시작되는 강간 모의와 동조. 시체를 돈벌이와 구경거리고 생각하고 바라보는 시선이 빨치산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다루는 모습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빨치산을 대하는 사람들 역시 사람이 아닌 그것들이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오늘 만 명이 죽는다고 해도 사람들은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나는 내가..... 갑자기 이 여자가 나의 일부로 느껴졌다..." 아마 작가는 위의 이야기들 속에서 가까운 사람들의 일들에 공감하지 못하는 일들을 일부로 더 자극 적으로 쓴 것 같다.
고전을 좋아하고 싶은 이유는 '시간을 관통하는 울림이 있어서'라고 믿고 싶어 한다. 무진기행은 고전은 아니지만 최근의 소설도 아니다. 이 무진기행 중 몇몇 글들은 이게 오늘 아침에 인터넷 게시판에서 본 글인지 1970년도에 쓰인 글인지는 마지막 장을 보기 전까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지금을 포용하는 것 같다. 물론 배경의 이야기들은 과거를 그리지만 그 사건 속의 인물들의 묘사는 지금의 우리가 쓰는 글과 다름이 없는 것 같다.
#서울 1964겨울과 #서울의 달빛 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파리를 좋아한다. 날수 있는 게 아닌 꿈틀 걸임을 좋아한다. 서울에 올라오면 그 복잡함 속의 꿈틀거림이 좋다. 그 꿈틀거림은 나를 피로하게 만들어 토했다. 하지만 피로하게 만드는 만원 버스에서 오르내리는 내 앞자리 여자의 아랫배는 세상에서 가장 신선한 것이다.
유일하게 의지하던 아내의 죽음. 처갓집도 몰라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로 거리에서 낮 선 이들에게 의지하는 사람.
이게 그 유명한 1절 2절 네 절의 구도인 것 같다.
특히나 #서울의 달빛 은 놀라울 정도였다.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말 중에 퐁퐁 남?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설거지 당했다?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 40년 전에 해당 내용에 관해 이미 살벌하게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사실 중간까지는 읽는 자체가 너무 불쾌했다. 사람이 불편함을 느끼는 포인트는 비슷하지만 그 강도는 모두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천천히 이야기해 주었다. " 내가 그 여자에게 바랐던 것은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아무래도 가장 단순하고 가장 불가능한 것, 내가 그 여자의 최초의 남자가 아니라는 것뿐이다. 그 여자의 나와 알기 이전의 과거까지 소유하고 싶은, 불가능한 욕망 때문에......, 자기들의 모든 과거를 짊어지고 만나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누군가의 과거를 소유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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