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로주점 #에밀졸라
#결혼,죽음 을 읽고 취향에 맞는 작가라고 느꼈다. 이전에 읽은 책에서 간략하게 소개해 주었던 이야기를 더 생생하고 가슴 아프게 이야기해 주었다.
하권을 읽다 책이 읽기 힘들어졌다. 인생이 망가지는 비참한 모습이 글을 읽기 힘들 만큼 생생하게 느껴졌다. 왜 서양 사람들이 아파트에 사는 한국인을 신기해하는지 이해가 갈 것 같았다. 좁고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공간.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든 발이라도 뻗을 공간. 지금으로 치면 아주 저렴한 고시원 같은 느낌일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저출산 현상은 진화생물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지극히 당연한 진화적 적응 현상"이라며 "주변에 먹을 것이 없고 숨을 곳이 없는데 번식을 하는 동물은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라는 이화여대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제르베즈의 파리와 나의 서울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제르베즈의 파리와 나의 서울은 문명의 발전은 있지만 사회 구성원의 발전은 없는 것 같았다.
제르베즈의 소원은 자기 침대에서 죽는 것이었다. 지금 서울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꿈도 내 집 마련이다.
제르베즈의 삶이 힘들긴 했어도 처음부터 망가진 것은 아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도 성공을 좀먹는 주변 환경들.
그 환경에 익숙해지고 스스로 파괴되고 마지막 기회까지 스스로 잃어버리며 인간 존엄성마저 포기하게 만드는 가난. 한번 떨어지면 다시 올라올 수 없는 도덕성.
과거보다 지금의 환경은 나아졌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변하지 않았다.
내가 갖은 것도 지키기 힘든 세상에 어떻게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있을까.
가난으로 인한 가정 파괴는 가난의 대물림이 되거나 학대받은 아이가 볼 수 있는 세상을 제한하고 그 끝은 또 다른 파괴일 것이다.
잘생기고 예쁜 것은 사대 고시를 붙은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나나는 그렇게 더러운 세상에서 도망갔다. 계층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몸을 팔고 놀이게가 되는 상황. 그렇게라도 구제받은 삶
하권 말미에 제르베즈가 비참해져가는 과정은 마음이 아프고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끝도 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비참함은 더 이상 가슴 아프지 않게 했다. 제르베즈가 계속 말한 익숙해진다는 것이 비참함에도 익숙하게 만든 것 같았다.
인간 이하의 삶을 살게 된 순간부터는 더 이상 연민도 동정도 할 수 없었다. 마치 제르베즈 주변의 사람들처럼.
목로주점은 사람들이 타락해가는 과정을 너무 잘 그려낸 것 같다. 건강을 위한 포도주로 시작해서 화주로 그 화주 한 잔에서 싸구려 독주로 시나브로 넘어가 있었고 성공의 과정도 실패의 과정도 나도 모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심지어 죽음을 대하는 자세마저 사람이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고 변하는지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긴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읽는 내내 책 선정이 좋았고 에밀졸라의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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