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pachinko #이미정
이북으로는 없고 내가 사는 동네 도서관에도 계속 대여 중이라 당근에서 구매할까 고민하던 중 명절에 내려온 고향에 도서관에는 1권 2권 모두 있어 대출하였다.
유튜브에서 박혜상 소프라노가 언급한 소설이어서 꼭 한번 읽어 보고 싶었고 일제강점기의 시대를 한국인이 영어로 쓴 영미문학을 번역한 책이라고 해서 궁금해서 관심이 가던 책이다. 책을 새치기하지는 않는 편인데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잘 읽히지 않아 먼저 읽기 시작했다.
세대를 이어서 내려오는 망국의 설움, 참혹한 전쟁 속에서는 모두가 피해자다. 참혹함 속에서 더 참혹한 생활을 해야 했던 일본에 사는 조선 출신의 일본인 아닌 일본인의 이야기를 정말 잘 그려냈다. 전쟁과 나라를 잃은 비참함도 잘 그려져 있지만 얼마나 우리 선조들의 가족상이 일그러져 있는지 가 더 충격이었다. 여자의 인생은 고생길이라는 말이 끝없이 나오고 심지어 양반 댁 여자는 돈에 관여해서는 안 되고 스스로 선택을 할 수도 없는 사람이 된다. 심지어 가세가 기운 양반집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한다. 조선 땅이 아닌 일본 땅에서도 말이다. 가난한 일반 여자들은 고생하다 애 낳는 도구가 되고 그 아이들은 인생의 동반자가 아닌 내 가족의 투자처로 바라보는 가족의 모습이 책을 읽는 내내 화가 났다. 억압받는 식민지의 조선인들은 스스로도 제국주의 일본만큼 스스로를 역 업하는 것처럼 보였다. 더 나아갈 방법이 있음에도 새장에 갇힌 새처럼 자신들의 한계를 만들고 그 새장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마치 새장 안이 세상에서 유일한 안식처인 것처럼 말이다. 다른 곳에선 어떤 희망도 찾을 수 없어서, 세상의 무시와 차별, 절망에 익숙해져서 파친코라는 새장은 유일하게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되고 곳곳에서 희망을 찾아 떠난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 매일 아침 모자 수와 직원들은 승자는 적고 패자가 많은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기계를 손보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행운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게임을 했다. 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화를 낼 수 있단 말인가? 그런 면에서 에스코는 아주 큰 실수를 했다. 아이들에게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라고 이 길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믿어보라고 가르치지 못한 것이다. 파친코는 어리석은 게임이었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았다.
*선자가 열세 살이 되던 겨울날 훈이는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훈이의 장례식에서 양진과 선자는 억누를 수 없는 슬픔이 북받쳐서 울고 또 울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젊은 미망인은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일상으로 돌아가 여느 때처럼 일을 하기 시작했다.
소중한 사람의 상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크다. 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은 그렇게 또 살아가야 한다는 게,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남겨졌다는 이유로 벌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싶다.
* 우린 모두 굶주리고 있어. 그들은 도둑질을 한 거야. 그들이 조선인이라고 우리 친구는 아니야. 다른 조선인들을 조심해야 해.......
* 선자는 인생을 살면서 두 남자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 사랑을 다시 받을 수 있으리라고는 이제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가끔씩 선자는 자신이 언젠가는 쓸모 없어질 튼튼한 농장의 가축이 된 것 같다고 느꼈다. 그런 날이 오기 전에, 자신이 떠나고 없어도 아이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준비해 주어야 했다.
* 솔로몬은 피비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나리타에 도착하자마자 그 사실을 깨달았다. 대학 시절에는 피비의 자신만만하고 침착한 태도에 사로잡혔다. 미국에서는 그렇게 중요해 보였던 피비의 차분한 태도가 자 분한 대도 가 도쿄에서는 무관심하고 오만한 태도로 보였다.
익숙한 장소로 왔을 때 자신이 자신이 의지하고 동정했던 모습이 실망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마 솔로몬도 익숙한 조국 아님 조국에 돌아왔을 때 자신이 좋아했던 그 모습이 낯선 곳에서의 동경과 그 당당함에 기대고 시는 게 아니었을까 싶다. 의지하고 싶은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상황이 나에게 익숙한 환경으로 변화했을 때는 그 사람이 나에게 더 필요한 사람일지 아닐지는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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