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다자이오사무
‘인간실격’. 제목부터가 강렬하다. 읽기도 전에 “이건 꼭 읽어야만 하는 책이다”라는 느낌을 주는 그런 제목이다. 책을 펼치며 떠올랐던 생각은, “이런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놓고 얼마나 비참하고 처참한 이야기를 풀어낼까?”였다. 그리고 다자이 오사무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고 처절하게, 인간의 나약함과 고통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인간 실격, 금수저 도련님의 나락
이 작품의 주인공은 요조, 흔히 요즘 말로 표현하면 ‘금수저’로 태어났다. 유복한 집안의 도련님. 하지만 그는 자신의 성향과 적성을 찾지 못했고, 세상의 기대와 자신의 나약함 사이에서 서서히 무너져갔다. 요조는 자신의 불안을 감추기 위해 어울리지 않는 유머로 사람들을 속이며 살아간다. 하지만 속으로는 계속 자신을 부정하고, 결국 술, 여자, 약물에 의지하는 삶으로 전락한다.
다 읽고 난 뒤에는 한 가지 생각만이 남았다. “나도 요조처럼 인간실격의 길을 걷고 있는 건 아닐까?”
내 삶 속의 인간 실격
책을 읽으면서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요조의 나락은 그의 약점만이 아니라, 주변 환경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그런 환경은 우리 모두에게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나도 회사와 집을 오가는 일상 속에서 술과 단순한 욕구 충족에 만족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요조는 결국 "아침부터 소주를 마시며 이가 빠지는" 상태로 전락한다. 나 역시 한순간 방심하면 그 길로 가지 말란 법이 없다. 그래서 최근에 책상 위에 작은 거울을 올려놓았다. 가끔 거울을 보며 내 얼굴에 생기가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닌지, 내 삶이 조금씩 무너져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한다.
하지만 반성만으로 부족할 때가 있다. "3면 거울을 사야겠다"는 우스갯소리도 해보지만, 그만큼 자기 성찰은 쉽지 않다.
인상 깊었던 문장들
- “부끄러운 생애를 살았습니다.”
이 문장은 요조의 전 생애를 압축한 말이다. 나는 아직 요조처럼 삶을 마감할 때는 아니지만, 중간 정산을 한다면 나 역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 “나는 부모님이나 형제들에게 핀잔을 들으면 뭐라고 한마디라도 말대꾸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요조의 나약함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는 사람들의 화난 얼굴에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을 읽고 두려워한다. 그리고 그런 두려움이 그를 점점 더 사회에서 고립되게 만든다. - “호리키와 나. 서로가 서로를 경멸하면서도 같이 지내고...”
이 구절에서 느껴지는 건 인간관계의 허무함이다. 서로를 경멸하면서도 끊어내지 못하는 관계, 그것이 요조의 삶을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때로는 이런 관계 속에 갇혀 있지 않은가 생각하게 된다. - “순진한 신뢰는 죄입니까?”
요조는 결국 자신이 붙잡고 있던 유일한 미덕마저 의심으로 뒤덮인다. 의심은 의심을 낳고, 그는 알코올과 파괴적인 행동으로 자신을 더 깊은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다.
요조를 통해 보는 나의 모습
이 책을 읽으며 요조의 나약함과 자기 파괴적인 모습을 보면서도 묘한 공감을 느꼈다. 그는 결국 금수저라는 안전망 속에서도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나는 그런 안전망조차 없다는 점에서 더 큰 위기감을 느꼈다. 나 역시 가끔 술을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고, 한순간 충동적인 행동으로 도파민을 갈구할 때가 있다.
요조의 나락을 보며 내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자기 성찰, 새로운 도전, 그리고 나를 파괴하지 않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그것이 내가 인간실격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마무리
‘인간실격’은 단순히 한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소설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요조의 삶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마주할 수 있는 어두운 미래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읽고 끝낼 소설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방향을 고민하게 만드는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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