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 #규영
리디셀렉트의 첫 페이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옥토’. 특별한 기대 없이 제목에 끌려 읽기 시작했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예상치 못한 세계가 펼쳐졌다. 마치 누군가 나에게 직접 꿈을 꿔보라며 강요하는 듯한 느낌. 처음에는 ‘이건 또 무슨 웹 소설인가?’ 싶었지만, 어느새 작가의 상상력에 매료되어 있었다.
**‘꿈’**을 매개로 한 이 독특한 이야기는, 내가 이전에 읽었던 **‘꿈 백화점’**과 겹쳐졌다. 하지만 꿈 백화점이 진라면 순한맛이라면, **‘옥토’**는 진라면 매운맛. 자극적이고도 묵직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런데도 어딘지 모르게 현실적이고, 친근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작품이 내가 사는 현생과 연결된 공간과 감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서
‘옥토’는 꿈을 파는 집단과 그들의 비밀, 그리고 얽히고설킨 인간사의 이야기를 엮어낸다. 꿈이라는 초현실적 소재를 다루면서도, 이야기는 매우 현실적이다. 등장인물들의 감정, 욕망, 그리고 그로 인한 갈등은 우리 일상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작가는 꿈이라는 환상적인 소재를 단순한 판타지가 아닌, 일상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감정과 결부시켜 그려냈다. 이를테면, 꿈에서 봤던 인물이 현실에서 떠오를 때 느껴지는 찝찝함이나, 생생한 꿈에 하루가 휘둘리는 경험처럼 말이다.
기억에 남는 장면과 생각들
- 고깃간 사내와 떡집 사내의 갈등
“고깃간 사내와 떡집 사내는 죽마고우였지만 떡집 여자를 놓고 경쟁하다 떡집 사내가 채간 뒤로 앙숙이 된 터였다...”
이 에피소드는 웃음이 나오면서도 묘하게 섬뜩했다. 샘이 많은 고깃간 사내가 홧김에 선택한 결혼과 그로 인해 얽히고설킨 복잡한 감정선이 너무나도 인간적이었다. - 하지만, **“고깃간 사내가 돼지껍질을 다지며 울분을 삭였다”**는 표현은, 고깃간이라는 직업적 특성과 그의 내면이 섬뜩하게 겹쳐져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결국 그의 칼이 돼지가 아닌 사람을 향하게 되는 순간, 나는 페이지를 넘기며 “이건 판타지인가, 현실인가?” 혼란스러웠다.
- 꿈과 약물
작품 속에서 꿈을 꾸기 위해 약에 의존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를 보며 한때 내가 경험했던 ‘챔픽스’ 복용 시절이 떠올랐다. 금연을 위해 먹었던 이 약은 내게 부작용으로 자각몽을 선사했다. 생생한 꿈속에서 스스로 꿈을 자각하는 경험은 신기하면서도 피곤했고, 그것이 쌓이면 일상이 지치고 힘들어졌다. - 작품 속 약물 의존 캐릭터는 마치 이런 경험을 극대화한 것 같았다. 꿈을 좇아 현실을 잃어가는 모습은 한편으로 무섭고도 연민이 느껴졌다.
꿈이라는 소재에 대한 나의 생각
나는 종교는 없지만, 꿈은 믿는다. 아니, 믿는다는 표현보다는 해석한다고 해야 맞겠다. 꿈은 종종 나의 불안, 고민, 혹은 기대감을 반영한다. 어떤 날은 너무 생생한 꿈에 베개가 흠뻑 젖을 만큼 땀을 흘리며 깬 적도 있다. 그런 날은 하루 종일 꿈속의 감정이 떠오르곤 한다.
작품 속 ‘경몽’이라는 개념은 마치 내 일상을 대변하는 듯했다. 생생한 꿈에 하루가 좌우되는 경험, 혹은 꿈속의 예감이 현실에서 반복되는 경험. 이런 소재가 현실의 감각과 판타지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어주었다.
옥토의 매력과 여운
‘옥토’는 단순한 판타지 소설이 아니었다.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에서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탐구한 작품이었다. **“꿈을 판다”**는 설정은 매우 비현실적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등장인물들의 욕망, 질투, 갈등은 우리가 살아가며 누구나 느낄 법한 감정이었고, 꿈이라는 도구를 통해 이를 더 극적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을 읽으며 느낀 것은, 꿈은 단순히 밤에 꾸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내면을 반영하는 거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책을 덮고 나니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오늘 어떤 꿈을 꾸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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