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반지,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도 발퀴레의 행진이라고 하면 누가 나 아는 노래이다. 아는 노래라기보다는 첫 소절만 들어봐도 아는 노래이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슈퍼맨에 나왔을 것 같다. 바그너의 반지를 듣기 위해 예매를 했는지 젊은 피아니스트의 라흐마니 모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듣기 위해 예매를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과거에 술 취한 나는 예매를 하였다. 그것도 맨 앞자리로 말이다.
#박재홍 의 피아노 협주곡은 아주 강렬하지만 오케스트라 전체를 뚫고 나오는 과함은 아니었다. 내가 누군가를 평가할 수준은 아니지만 젊은 피아니스트의 숨소리와 그 표정까지 보면서 듣는 그 순간에는 그의 감정이 전달되는 듯하면서 그의 감정과 표현에 압도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훌륭한 첫 그 유명한 라흐마니노프 2번 교향곡을 끝내고 앙코르로 들려준 곡은 방금 전의 강렬하고 청중을 압도하는 기세는 사라졌다. 그 대신 전혀 다른 캐릭터로 마치 오늘은 이 앙코르를 위한 날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방금 전의 강렬함은 잊고 섬세하고 여리지만 명확한 표현으로 깜짝 놀라게 만들어 주었다. 중간 인터미션 시간 복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비슷한 이야기를 서로 하고 있었다. 언제나 만족감을 주는 서울시향의 연주회지만 젊은 피아니스트 박재홍을 알게 된 것은 더 좋은 경험이었다.
반지:관현악 모험에서는 마치 전쟁 드라마 한 시즌을 정주행 하는 기분이 들었다. 마르쿠스슈텐츠의 지휘는 지휘봉이 없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으나 춤추는 듯 우아하고 화려한 동시에 전쟁 드라마에서 군대를 이끄는 장군처럼 도 보였다. 더불어 서울시향의 현악 파트의 강약 조절은 정말 보는 사람을 숨 졸이게 만들었고 플루트와 클라리넷의 주고받는 듯한 솔로 역시 대단했다. 더불어 다양한 악기 구성과 다양한 곡들의 선정은 클래식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훌륭한 경험이었다. 서울시향 올해의 콘셉트가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선보이는 것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아주 훌륭한 선택이라고 믿고 그 덕을 많이 보고 있다. 지갑이 허용하는 선에서는 계속 서울시향의 연주회를 관람하고 싶다.
-------------------------------------------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 피아노 협주곡 제2번(1900~01)
Sergei 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 2 in C minor, Op. 18
“달Dahl의 진료실에서 잠들어 누워있는 동안 나는 날마다 똑같은 최면의 주문을 들었다. ‘너는 협주곡을 작곡한다. 너는 아주 수월하게 작업할 것이다. 그 협주곡은 탁월한 수준의 작품이 될 것이다.’ 이 말이 끊이지 않고 되풀이되었다.”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에게 자기 암시 최면 요법을 사용한 신경 정신과 의사 니콜라이 달의 치료는 확실한 효과를 거뒀다. 24세에 발표한 첫 교향곡의 초연에 평론가들의 혹평이 쏟아지자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우울증에 시달리던 라흐마니노프는 그 후 3년 동안 거의 작곡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명성을 불멸에 봉인한 이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완성한 뒤 작곡가는 감사의 표시로 이 작품을 자신을 치료해 준 달 박사에게 헌정했다. 1900년 12월 2일 모스크바에서 사촌 알렉산드르 질로티의 지휘로 먼저 완성한 2, 3악장을 선보였고, 피아노 솔로는 작곡가 자신이 맡았다. 형식상의 고전적 명료함, 멜로디의 광대한 폭, 하모니의 풍요로움에 대한 비평가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1악장을 포함한 전곡은 이듬해 가을에 초연했고, 청중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1악장 보통 빠르기로 어릴 때부터 라흐마니노프에게 각인된 러시아 정교회의 무거운 종소리는 1악장의 피아노 솔로로 재현된다. 종소리는 멀리서 들려오는 듯이 시작했다가 점진적으로 음량이 커지며 휘몰아치듯 청중을 압도한다. 우울한 멜로디의 C단조 제1주제는 오케스트라로 시작해 피아노가 이어받는다. 제2주제는 피아노의 서정적인 멜로디로 시작한다.
2악장 느리게 한 음 한 음에 힘을 실어 1악장 조성인 C단조 도입부 뒤에 2악장의 기본 조성인 E장조로 넘어간다. 피아노가 반주부처럼 연주하는 동안 플루트와 클라리넷이 느리고 정감 있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연주한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주고받으며 연주하다가 찬란하고 감동적인 피날레가 등장한다.
3악장 빠르게 유희를 즐기듯 2악장 조성으로 시작하며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대화가 비르투오소풍으로 화려하게 전개되면서 3악장의 본 조성인 C단조로 옮겨 간다. 제1주제와 제2주제가 등장한 뒤 구조적으로 완벽하게 짜인 발전부와 재현부가 역동적으로 이어진다. 제2주제는 클라이맥스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로 다시 등장하고, 음악은 C장조로 바뀌며 고통의 극복과 승리의 폭발을 보여 준다.
악기 편성
solo piano
2 2 2 2 — 4 2 3 1 — tmp+2 — str
perc: bd, cym
피아노 독주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 2 호른 4 트럼펫 2 트롬본 3 튜바 1 팀파니 타악기(베이스 드럼, 심벌즈) 현 5부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 반지: 관현악 모험(1874년 작곡, 1991년 편곡) *헨크 더블리허르 편곡
Richard Wagner, The Ring: An Orchestral Adventure *arr. Henk de Vlieger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손자이자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명연출가였던 빌란트 바그너(1917-1966)는 “오케스트라 음악이야말로 바그너 작품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바그너가 본격적으로 ‘무지크드라마Musikdrama’라는 장르 명칭을 사용한 대작<니벨룽의 반지>는 성악보다 관현악의 비중이 강조되는 독일 오페라의 전통을 카를 마리아 폰베버와 베토벤에게서 계승해 발전시킨 대작이다. 이탈리아 오페라에서는 성악 선율이 주로 등장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을 대변하지만, 바그너의 독일어 무지크드라마에서는 오케스트라 화성이 등장인물의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주변 상황을 전달한다.
이와 같은 <반지>의 관현악적 성격은 여러 음악가에게 이 작품을 관현악곡으로 편곡할 영감과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와 로린 마젤이 이런 작업을 했다. 이번 서울시향의 연주 버전은 네덜란드 작곡가이자 타악기 주자 헨크 더블리허르Henk de Vlieger(1953- )의 70분짜리 축약본이다.
<라인의 황금>에서 네 곡, <발퀴레> 두 곡, <지크프리트> 세 곡, <신들의 황혼>에서 다섯 곡을 택했다. <신들의 황혼> 분량이 전체 70분 중 30분에 이르긴 하지만, <발퀴레> 전반부가 누락된 아쉬움을 제외하고는 <반지> 4부작을 음악적으로 비교적 충실하고 균형감 있게 개관하고 있다. <반지> 대본에 집중해 이 축약본을 작곡한 더블리허르는 오케스트라 음향 효과가 강조되는 장면들을 택해 주요 라이트모티프에 중점을 두어 이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했고, 때로 성악 멜로디 부분을 금관악기들로 바꾸어 놓기도 했다. 서울시향의 공연은 2017년 에도 더바르트가 지휘한 초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라인의 황금>
1. 서주: 물결이 굽이치는 라인강을 음악으로 묘사한 서주.
2. 라인의 황금: 라인강 바닥에 햇살이 꽂혀 신들의 황금이 빛나는 모습을 보고 요정들이 외치는 ‘라인의 황금Rheingold!’ 모티프가 핵심.
3. 니벨하임: 반지의 힘으로 절대 권력을 얻은 난쟁이 알베리히의 보물을 빼앗으려고 니벨하임으로 내려가는 보탄 신과 불의 신 로게. 노예 노동을 하는 니벨룽들.
4. 발할: 거인들에게 거짓 약속을 하고 성을 짓게 한 보탄이 무지개다리를 건너 새로 지은 성 ‘발할’로 입성하는 장면.
<발퀴레>
5. 발퀴레들: 전쟁터에서 죽은 영웅들을 신들의 거처 발할로 옮겨 부활시키는 여전사 발퀴레. 그들이 하늘을 나는 말을 타고 다니며 시신을 데려가는 장면의 모티프.
6. 불의 마법: 자신의 명을 어긴 딸 브륀힐데의 신성을 박탈하고 영원히 잠들게 하는 보탄. 그가 불의 신 로게를 불러 브륀힐데 주위에 불의 장벽을 두르는 장면.
<지크프리트>
7. 숲의 생동: 부러진 신검 ‘노퉁’을 다시 온전하게 만든 지크프리트가 숲에 와서 새소리를 들으며 신이 나서 뿔피리를 부는 장면.
8. 지크프리트의 영웅적 행위: 용으로 변신해 동굴 속에서 반지와 보물을 지키고 있는 거인 파프너를 만나 그를 죽이는 지크프리트.
9. 잠에서 깨어나는 브륀힐데: 두려움을 모르는 지크프리트가 불의 장벽을 뚫고 들어가 브륀힐데를 깨우자, 기쁨에 넘쳐 태양에게 인사를 건네는 브륀힐데.
<신들의 황혼>
10. 지크프리트와 브륀힐데: 사랑과 신뢰로 맺어진 지크프리트와 브륀힐데의 삶. 파프너의 반지를 브륀힐데에게 선물로 주고 세상으로 나서는 지크프리트.
11. 지크프리트의 라인 기행: 라인 강가를 달려 군터가 다스리는 기비훙의 성으로 가는 명랑한 영웅 지크프리트.
12. 지크프리트의 죽음: 알베리히의 아들 하겐이 보탄에게 억울하게 반지를 빼앗긴 아버지 알베리히의 복수를 위해 사냥터에서 지크프리트를 죽임.
13. 장송 행진곡: 지크프리트의 시신을 운구하는 장송 행진곡.
14. 브륀힐데의 희생: 지크프리트 죽음의 진실을 알게 된 브륀힐데가 지크프리트의 시신을 화장하며 그 불 속에 뛰어들고, 반지를 라인강에 돌려주는 피날레 장면.
악기 편성
4[1.2.3/pic2.pic1] 4[1.2.3.Eh] 4[1.2.3/Dcl.bcl] 3 — 8[hn5-8/Wag tb] 4[1.2.3.btp] 4[1.2.3.cb tbn] 1 — 2tmp+3 — 4hp — str
perc: glock, field dr, tamtam, tri, cym, sus cym, 6 anvils
피콜로 1 플루트 3(제3주자는 피콜로 연주를 겸함) 오보에 3 잉글리시 호른 1 클라리넷 3(제3주자는 D클라리넷 연주를 겸함) 베이스 클라리넷 1 바순 3 호른 4 바그너 튜바 4 트럼펫 3 베이스 트럼펫 1 트롬본 3 콘트라베이스 트롬본 1 튜바 1 팀파니 타악기(글로켄슈필, 필드 드럼, 탐탐, 트라이앵글, 심벌즈, 앤빌, 하프 4 현 5부
글 이용숙 음악 칼럼니스트 <출처:공연/예매 > 공연일정 | 서울시립교향악단 (seoulphil.or.kr)>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 안드라스 쉬프 피아노 리사이틀 (0) | 2024.10.05 |
---|---|
2023 서울시향 만프레트 호네크의 차이콥스키 비창 (2) | 2024.10.04 |
클래식 레볼루션 2023 '서울시향의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 (4) | 2024.10.03 |
KBS교향악단 #쇼스타코비치교향곡 #1905 (2) | 2024.10.01 |
소프라노 박혜상 리사이틀: Amore and Vita (4) | 2024.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