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게 아니라 나의 일상과 양말은 밀착되어 있다. 매일 양말을 고르며 하루를 열고, 양말을 벗어 빨래바구니에 던져 넣으며 하루를 닫는다. 그날 누구를 만나 무얼 하느냐에 따라 착용하는 양말의 색깔도 무늬도 달라진다.
- 나도 한때는 알록달록 다양한 양말들은 사서 기분 따라 양말을 골라 신었다. 유독 원색의 양말이 많았고 여러 색이 혼합되어 있어도 그중 빨간색 양말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회색 양말을 20켤레를 사서 아무 생각 없이 회색 양말을 신고 회색 양말을 벗는다. 그리고 늘어나면 버리고 다시 새 회색 양말의 금속 클립을 풀어낸다. 화려하고 다양함을 좋아하던 나는 학창 시절 INFP였지만 지금은 아무리 MBTI를 해도 INFP는 나오지 않고 ENTJ만 나온다. MBTI성향이 바뀌듯이 나의 양말 성향도 바뀐 것 같다. 이런저런 화려한 꿈을 좇던 사람에서 이제는 단조로움 속에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 되는 과정은 아닐까라고 생각을 해본다.
"어머니가 결혼 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으냐고 묻자 카뮈는 하얀 양말 한 다스라고 대답했다. 당시 카뮈는 흰 양말만 신고 다녔다." - 인생 최초의 인륜대사를 앞둔 스물한살 카뮈의 선택은 양말이었다!-
'인간은 이미 답을 알고 있지만 그 답을 행하지는 않는 다'라고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그의 사상과 정말 기가막히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흰 양말이란 그저 비범한 패션 센스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었을 터다. 가난해도 얼마든지 우아할 수 있다는 자신감, 혹은 주머니 사정과 관계없이 자신의 삶에 매너를 지키겠다는 의지, 아마도 그런 마음가짐이 아니었을까.
인간은 큰 변화보다 일상의 작은 변화를 더 두려워 한다는 말을 어디서 듣고 그 예로 주커버그나 잡스 혹은 실리콘벨리의 CEO들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났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선택하는 에너지까지 아끼는 주크버그가 나오고 작가는 나도 페이스 북을 쓰지 않으니까라고 의연하게 넘겨버린다.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첫 번째 비결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그거다, ...... 따라서 패션 1순위는 무조건 양말이... 2층 명품매장을 일단 한 바퀴 돌았다...... 샤낼과 루이비통 매장 입구에는 경호원이 서 있었다. 더 조르였다. 저들은 손님을 경호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물건을 경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작가는 88켤레의 양말을 보유하고 있고 아무도 그것을 이해해 주지 않는 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양말 이벤트에 참여했을 때 20위에도 드리 못한 것에 충격과 위안을 동시에 느끼고 여행 중 양말을 사고 여행을 힘들게 할까 고민을 하기도 한다. 소비를 통해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지만, 무엇인가 절대적인 대상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면 그건 보편적인 소비보의 행복 곱하기일 것이다. 작가의 화법, 과장하기, 동물에 비유하기 등은 나와 말하는 투가 비슷하여 쉽게 읽을 수 있었지만 소비의 형태에 대해서는 많은 관점의 차이가 느껴지고 부럽기도 했다. 나는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가, 어떤 것을 위해 공격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가 생각해 보니 그런 것은 없었다. 돈만 내면 행복을 채울 수 있다면 그것은 돈의 가치 이상일 것이다. 나도 나의 정신건강과 행복을 지켜줄 수 있는 대상을 찾아야겠다. 쉽게 돈으로 살 수 있으면 쉽게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구찌 양말을 사고 도저히 신지 못하는 글쓴이처럼 나도 뭔가 시도는 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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