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 읽기 후기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치매 노인들이 운영하는 편의점 이야기인가?" 싶어 별다른 관심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친한 동생의 아내가 재미있다고 추천해 주어 읽기 시작했다.
처음 몇 장을 읽으면서도 일본 문학에서 흔히 보이는 불편한 시골 마을 이야기가 떠올랐다. "참신하지 못한 이야기겠지"라고 생각하며 반신반의했지만, 곧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 이야기의 중심: 알코올성 치매 노숙자와 편의점
이야기는 알코올성 치매로 인해 과거를 잊어버린 한 노숙자가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펼쳐지는 일상을 다룬다.
그는 편의점을 찾는 손님들과의 만남 속에서 점점 기억을 되찾고 자신의 과거를 직면해 나간다.
이 남자는 자신의 모습조차 제대로 모르고 살아가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묘한 안식처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그의 어눌한 행동과 천천히 살아가는 방식은 빨리빨리 문화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숨을 고를 여유를 준다.
🧐 불편했던 점들
책을 읽으면서 나를 가장 불편하게 했던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 은근히 드러나는 작가의 성향
특정 사상이나 가치관을 독자에게 은밀히 주입하려는 느낌이 불편했다. 나는 강한 주장 자체는 문제 삼지 않지만, 그것을 몰래 전달하려는 방식은 달갑지 않다. - 텍스트로 적힌 욕설
등장인물의 생동감을 위해 욕설을 사용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텍스트로 적혀 있는 욕설은 거부감이 들었다. - 참견쟁이 캐릭터
등장인물 중 유난히 참견이 심한 캐릭터가 있었는데, 그의 성격이 어딘가 모르게 불편함을 줬다.
📝 책 속의 인상 깊은 구절
책 속 몇몇 문장은 나의 마음을 멈추게 했다.
- "그럼 못난 놈들끼리 모여서 떠들면 되잖아! 광화문 나가서 다 함께 말이야! 야 이 자식아, 너 이혼했다고 너무 의기소침할 거 없어! 나랑 같이 이번 주말에 광화문 나가서 신나게 소리나 한판 질러보자! 어때?”
이 대목에서 인간관계의 허물없음과 부끄러움이 섞인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 "이 나라에선 사람을 죽이거나 성범죄를 저질러도 의사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다. ‘불사조 면허’라고 한다. 왜 그러냐고? 의료 기술자들이 법 기술자들과 친하기 때문이다."
이 문장은 최근 현실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특히 공감 가면서도 불편하게 다가왔다.
🏁 마무리: 불편한 편의점, 불편했던 나의 독서
『불편한 편의점』은 제목부터 내게 불편함을 주었다.
나는 평소 책에 대해 불평을 잘 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 작품은 다소 불편함이 도드라졌다.
그래도 이야기가 가진 힘과 캐릭터들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흥미로웠다.
현대인의 빠르고 복잡한 삶 속에서 느리게 걸어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읽는 내내 나를 불편하게 했던 제목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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