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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편의점 #김호연

by Diorson 2024.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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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 읽기 후기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치매 노인들이 운영하는 편의점 이야기인가?" 싶어 별다른 관심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친한 동생의 아내가 재미있다고 추천해 주어 읽기 시작했다.

처음 몇 장을 읽으면서도 일본 문학에서 흔히 보이는 불편한 시골 마을 이야기가 떠올랐다. "참신하지 못한 이야기겠지"라고 생각하며 반신반의했지만, 곧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 이야기의 중심: 알코올성 치매 노숙자와 편의점

이야기는 알코올성 치매로 인해 과거를 잊어버린 한 노숙자가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펼쳐지는 일상을 다룬다.
그는 편의점을 찾는 손님들과의 만남 속에서 점점 기억을 되찾고 자신의 과거를 직면해 나간다.

이 남자는 자신의 모습조차 제대로 모르고 살아가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묘한 안식처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그의 어눌한 행동과 천천히 살아가는 방식은 빨리빨리 문화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숨을 고를 여유를 준다.


🧐 불편했던 점들

책을 읽으면서 나를 가장 불편하게 했던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1. 은근히 드러나는 작가의 성향
    특정 사상이나 가치관을 독자에게 은밀히 주입하려는 느낌이 불편했다. 나는 강한 주장 자체는 문제 삼지 않지만, 그것을 몰래 전달하려는 방식은 달갑지 않다.
  2. 텍스트로 적힌 욕설
    등장인물의 생동감을 위해 욕설을 사용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텍스트로 적혀 있는 욕설은 거부감이 들었다.
  3. 참견쟁이 캐릭터
    등장인물 중 유난히 참견이 심한 캐릭터가 있었는데, 그의 성격이 어딘가 모르게 불편함을 줬다.

📝 책 속의 인상 깊은 구절

책 속 몇몇 문장은 나의 마음을 멈추게 했다.

  • "그럼 못난 놈들끼리 모여서 떠들면 되잖아! 광화문 나가서 다 함께 말이야! 야 이 자식아, 너 이혼했다고 너무 의기소침할 거 없어! 나랑 같이 이번 주말에 광화문 나가서 신나게 소리나 한판 질러보자! 어때?”
    이 대목에서 인간관계의 허물없음과 부끄러움이 섞인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 "이 나라에선 사람을 죽이거나 성범죄를 저질러도 의사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다. ‘불사조 면허’라고 한다. 왜 그러냐고? 의료 기술자들이 법 기술자들과 친하기 때문이다."
    이 문장은 최근 현실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특히 공감 가면서도 불편하게 다가왔다.

🏁 마무리: 불편한 편의점, 불편했던 나의 독서

『불편한 편의점』은 제목부터 내게 불편함을 주었다.
나는 평소 책에 대해 불평을 잘 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 작품은 다소 불편함이 도드라졌다.

그래도 이야기가 가진 힘과 캐릭터들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흥미로웠다.
현대인의 빠르고 복잡한 삶 속에서 느리게 걸어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읽는 내내 나를 불편하게 했던 제목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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